아내가 결혼했다.. 대체 왜..?


10월의 끝자락 쯤 되었을까..?

건강검진이라는 명목아래 아름다운 가을의 한국을 방문했다.

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에 높고도 맑은 가을 하늘이 참신하게 느껴진 건 참 오랜만인 것 같다.

역시 가을에 오길 잘 했구나... 내심 흐믓해 하며 스스로를 토닥였다. 

한겨울 떨어진 체감온도의 고통을 아는지라 이번 만큼은 정말 피하고 싶었기에.


저녁 약속이 잡혀 있던 날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.

약속 장소가 장소인 만큼 혼자 천천히 걸으며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지루할 틈은 없었다.

그러다 눈에 들어온 극장 포스터 하나,  '아내가 결혼했다'..

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무작위로 본 것중 나름 성공한 전례가 있어( Love Actually 등..) 그냥 들어가 보기로 했다.

사실 나름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고 있던 김주혁과 손예진에게 건 기대감도 없진 않지만 말이다.

평일 오후의 극장은 참 조용해 보였다.

연인들 보단 삼삼오오 모인 학생들과 마치 계모임을  끝내고 그냥 집으로 가기엔

오랜만의 외출이 아쉬운 아주머니 같은 분들이 많았다.

팝콘도 콜라도 없이 밍숭하게 자리를 찾아 앉는 순간 바로 뒷 좌석에서 한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.

" 혼자 보러 왔나봐.." 그러자 옆의 다른 분이 " 그러게.. 혼자 보면 재미 없던데 난.."

뭐 대충 이런 대화가 오고 간것 같다.

영화 시작 몇 분 전이라 소근거렸음에도 불구하고 톤이 높아서 

모르긴 해도 주변에 앉은 사람들은 다 들었을거다. 왠지 뒤통수가 따가웠다.

곧 극장안은 점점 어두워지고 영화는 시작됐다.


생각해 보면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본 것은 어쩌면 다행스런 일이 아닌가 싶다.

제2회 세계문학상 당선작인 만큼 내용은 한마디로 신선했다.

제목 그대로 아내는 정말 또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다.

너무 신선하다 못해 그 주제가 틀을 벗어나 수많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설전이 벌어졌다고도 한다.

혹자는 그 옛날 조강지처와 두번째 처를 한 지붕 아래 데리고 사는 남자들의 모습을 비교하여

천인공노 할 일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영화가 중반을 치닫고 있을 즈음 드는 생각은 역시 저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거였다.

너무나 사랑하는 아내의 기가 찬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는 바보같은 남편은 그렇다치자.

마치 개념을 상실한 듯 억지스런 새로운 애정의 가치관을 펼쳐 놓고선

사랑한다면 이해해 달라는 식의 아내를 보는 건 정말 짜증스러웠다.

픽션이라도 어느정도 감정이입이 되고 그 상황속에 공감이 형성되지 않으면 결코 볼 수 없는 거다.

영화가 끝날 무렵 주위에선 한 숨 소리가 터져 나왔다. 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을 한 사람들이 많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.


과연 그들은 그대로 행복 할까..?

저자의 의도가 몹시 궁굼할 뿐.



by 유카리 | 2008/12/11 07:43 | 트랙백 | 덧글(0)